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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기후위기의 해결사일까, 또 다른 가속기일까?

인공지능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돕는 동시에 화석연료 생산도 늘린다면? 2026년 발표된 새로운 연구는 AI의 환경적 영향을 평가할 때 우리가 놓치고 있던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핵심 요약

  • 경제모형 분석 결과,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산업의 생산성이 비슷하게 향상될 경우 전 세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4억 7천만~18억 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AI로 인한 추가 탄소배출을 상쇄하려면 재생에너지 부문의 생산성 향상 폭이 화석연료 부문보다 약 4~5배 커야 한다.
  • AI의 기후영향은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탄소가격제만으로는 추가 배출을 완전히 상쇄하지 못할 수 있으며,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제한하는 정책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26년 10월 24일 | AI · 기후변화 · 에너지전환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강력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AI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을 예측하고, 전력망 운영을 최적화하며, 건물과 공장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반면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를 구동하는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AI의 환경적 영향을 두고 이런 질문을 던진다.

AI가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AI가 절약해 주는 에너지가 더 많을까?

그런데 어쩌면 이 질문 자체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2026년 8월, 국제 학술지 npj Climate Action에 발표된 한 연구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문제를 제기했다. AI가 재생에너지 발전을 돕는 것처럼, 석유와 가스를 더 쉽고 저렴하게 생산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두 가지 효과를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에서 가정한 여러 시나리오에서는 AI가 줄이는 탄소배출량보다 AI가 추가로 발생시키는 탄소배출량이 더 크게 나타났다.

AI는 친환경 산업만 돕지 않는다

AI 기술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같은 자원을 투입하고도 더 많은 결과물을 얻거나, 같은 물건을 더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생각해 보자. AI를 활용하면 바람의 세기와 일조량을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발전설비의 고장을 미리 발견하며, 전력 생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개선은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을 높여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기술은 석유와 가스 산업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AI는 지하에 매장된 석유와 가스의 위치를 더 정밀하게 분석하거나, 시추 작업을 최적화하고, 생산설비의 운영비용을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렇게 생산비용이 낮아지면 이전에는 경제성이 부족했던 유전이나 가스전도 개발할 가치가 생길 수 있다. 화석연료 공급이 늘어나고 가격이 낮아진다면 소비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즉, AI가 개별 산업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반드시 지구 전체의 탄소배출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제 전체를 시뮬레이션해 보니

연구진은 이러한 상반된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연산가능일반균형모형(CGE, 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model)을 사용했다. 이름은 어렵지만 기본 아이디어는 비교적 간단하다. 경제를 구성하는 다양한 산업과 소비자, 생산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한 산업에서 기술이나 가격이 변할 때 다른 산업과 경제 전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컴퓨터로 계산하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AI가 화석연료 산업과 재생에너지 산업의 생산성을 각각 높이는 상황을 가정했다. 전력망과 일부 산업의 에너지효율 개선 효과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연구진의 모형에 따르면, AI로 인한 추가 탄소배출을 상쇄하려면 재생에너지 부문의 생산성 향상 폭이 화석연료 부문보다 약 4~5배 커야 한다.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부문의 생산성이 AI를 통해 비슷한 수준으로 향상되는 시나리오에서 전 세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억 7천만~18억 톤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2024년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2~4.8%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이는 특정 모형과 가정에서 나타난 결과이지, 모든 현실 상황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법칙은 아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현재와 같은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구조에서는 AI가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산업의 생산성을 비슷한 수준으로 높일 경우, 탄소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환경에도 좋을까?

여기에는 경제학에서 오래전부터 논의해 온 문제가 숨어 있다. 바로 '반등효과(Rebound Effect)'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연비가 좋아지면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 필요한 연료는 줄어든다. 하지만 운전 비용이 낮아지면서 사람들이 자동차를 더 자주 사용한다면 어떨까? 연료 절약 효과의 일부가 추가 운행으로 상쇄될 수 있다. AI도 마찬가지다. 어떤 산업에서 AI 도입으로 생산비용이 낮아지면 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생산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그 산업이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다면 생산성 향상이 오히려 전체 탄소배출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 AI는 이전에는 경제성이 부족했던 화석연료의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등 생산의 경제적 조건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 이번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AI가 단순히 에너지를 얼마나 절약하는지가 아니라, 그 효율성 향상이 가격과 생산량, 소비를 어떻게 변화시키며, 이를 통해 탄소 배출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까지 살펴봤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AI는 기후변화에 해로운 기술일까?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연구는 실제 세계에서 AI 때문에 이미 그만큼의 탄소가 추가 배출됐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 아니다. 여러 산업에 AI가 확산된다는 가정을 경제모형에 입력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계산한 시나리오 연구다. 연구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다. 우선 실제 AI 도입 속도와 산업별 생산성 향상은 아직 불확실하다. 모형은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과 에너지 시스템이 변화하는 과정을 직접 추적하는 동태모형도 아니다. 또한 데이터센터 자체의 전력소비에 따른 배출은 핵심 시뮬레이션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메탄을 비롯한 이산화탄소 이외의 온실가스도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AI가 가져올 모든 에너지 절약 효과를 포괄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결과를 AI의 전체 기후영향에 대한 최종 결론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제기한 문제는 중요하다. AI의 환경적 영향을 평가할 때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나 친환경 기술의 효율 향상만을 살펴봐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정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연구진은 AI가 가져오는 기후영향을 개선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AI가 화석연료의 생산을 확대하는 효과까지 고려해야 하며, 탄소가격제와 화석연료 공급을 제약하는 정책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모형에서 비교한 수단들 가운데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가 추가 배출량을 줄이는 데 가장 큰 효과를 보였다. 탄소가격을 적용하자 AI로 인한 추가 배출량은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부문의 생산성이 AI를 통해 비슷한 수준으로 향상되는 시나리오에서는 높은 탄소가격만으로 배출 증가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이는 탄소가격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며, AI를 통한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제한하는 정책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중요한 정책적 질문을 남긴다. 앞으로 AI 기술의 발전을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할까? 그리고 기술의 효율성 향상이 환경적 편익으로 이어지려면 어떤 경제적·제도적 조건이 필요할까? 우리는 흔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그 기술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질문한다. 하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이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키도록 만들 것인가? AI의 미래는 기술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AI가 어떤 산업에 사용되는지, 어떤 경제적 인센티브가 작동하는지, 그리고 정부와 사회가 어떤 규칙을 마련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이다. 기술 발전이 곧 지속가능한 발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결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일은 여전히 우리의 과제다.


AI는 기후위기의 해결사일까, 또 다른 가속기일까?